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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야기/펀드

금·원유 등 실물자산 펀드로 돈 몰린다

컴사랑 comlover 2006.06.01 00:21
얼마전에도 실물자산 펀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관련 글이 있어서 한번 더 퍼왔다.




금·원유 등 실물자산 펀드로 돈 몰린다

“어디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습니까?”

“당신의 커피잔 옆에 있는 각설탕 보이시죠? 집에 갈 때 꼭 챙기세요. 향후 10년 안에 가격이 5배 이상 오를 테니까요.”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는 몇 년 전 한 프랑스 여성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나 이 여성은 설탕에 투자하지 않았다. 다이어트 때문이 아니라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또한 기름값이 오르면 설탕 가격이 따라서 오른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는 석유의 대체 연료인 에탄올을 생산하는 데도 쓰인다. 세계 최대의 사탕수수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자동차의 40%는 에탄올로 달린다. 사탕수수가 에탄올을 생산하는 데 더 많이 쓰이면 설탕을 만들 사탕수수가 부족해 설탕 가격은 오른다. 실제로 국제 설탕 가격은 지난해에만 60% 오르면서 올해 초 25년래 최고가를 경신했다.

최근 3년간 세계적으로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들은 주식형도 채권형도 아닌 석유·구리·설탕 등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이처럼 실물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인구 13억명의 중국이 연평균 10%의 고도 성장을 하면서 석유 등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고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한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저금리로 인해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풀린 것도 실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그렇다면 실물 가격 상승에 편승해 돈을 버는 방법은 없을까? 미국의 뉴욕상품거래소(COMEX) 등 국제 선물 시장에서 원유나 설탕 등을 직접 사고 팔 수도 있지만, 개인이 하기는 어렵고 가격 변동이 심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실물 상품에 대한 간접 투자가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광업·에너지업 등 관련 업종의 주가 지수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를 구매하는 것이다. ETF는 특정 기업이 아니라 연관성이 있는 기업군의 주가 지수를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인덱스 펀드다. 중국·인도 등 특정 국가는 물론 IT·에너지 등 특정 산업의 주가 지수를 ETF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다. 또 금·원유 등 상품의 가격 지수가 오르내리는 데 따라 주가가 정해지는 ETF도 있다.

ETF는 일정 기간 동안 환매를 할 수 없는 일반 펀드와 달리 주식 시장에서 언제든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다. 개별 기업의 경영·재무 상태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너지 가격이 앞으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에너지 ETF를 사면 된다. 에너지 업종 전체를 산 효과가 있다. 또 금 ETF를 사면 국제 금 값이 오른 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국내에는 아직 실물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없다. 따라서 리딩투자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 굿모닝신한증권 등에 해외증권 거래 계좌를 개설한 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ETF를 매매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상품 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등장할 전망이다.

A라는 사람이 지난 1년간 리딩투자증권을 통해 뉴욕 증시의 에너지 관련 ETF와 금 ETF에 투자했다면 얼마나 수익을 올렸을까? A는 2005년 5월 2일 5000만원(당시 환율로 4만9910달러)으로 XLE(석유·가스 등 에너지 업종에 투자하는 ETF) 615주와 GLD(금에 투자하는 ETF) 577주를 구입했다고 가정하자. 당시 XLE는 주당 40.49달러였고, GLD는 주당 43.13달러였다. 이 경우 증권 거래 수수료는 각각 20달러씩 총 4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A가 2006년 5월 1일 종가로 XLE와 GLD를 매도했을 경우 계좌에 들어오는 돈은 7만3323달러다. 수수료 40달러를 뺀 금액으로 명목 수익률은 약 47%다. 1년 동안 XLE는 주당 58.04달러, GLD는 주당 65.14달러로 올랐다.

그런데 A가 이 돈을 원화로 인출할 경우 실제 쥘 수 있는 돈은 6565만6500원(수익률 31.3%)이다. 환율 하락(1001.8→940.3)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하고 해외 주식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양도차익의 20%)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에 대한 양도세 면제 혜택은 해외 주식 거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환차손과 세금을 고려하더라도 고수익이다. 이 때문에 국제 자금이 ETF 등 실물 지수 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자산운용사인 바클레이즈 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4월 현재 상품 시장으로 유입된 기관 투자 자금은 1000억~1200억달러로 3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1999년(60억달러)과 비교하면 실물 시장의 기관 자금은 7년 새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바클레이즈는 이 자금의 대부분이 ETF 등 상품 관련 인덱스 펀드에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업종 지수가 아니라 실물 지수와 직접 연동되는 ETF도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는 2004년 금 ETF가 거래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 4월 초 원유 ETF(US 오일 펀드)가 상장됐다. 원유·옥수수 등 다양한 실물로 구성된 DB상품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나왔다. 조만간 은(銀) ETF도 등장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형태로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펀드의 규모는 지난 3월 말 현재 12조 6480억원으로 2004년 말에 비해 168% 늘어났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실물펀드는 해외 원자재 펀드를 들여와 재판매하거나 원금의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일부만 선물 옵션 등 파생 상품 시장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작년 12월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 메릴린치 월드 광업주 펀드는 1년간 수익률(3월 31일 기준)이 61%에 이른다. 국민·우리·씨티은행 등에서 800억원어치 이상 팔렸다. 에너지 기업에 투자하는 메릴린치 월드 에너지 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3월 22일부터 ‘우리 Commodity 인덱스플러스 파생상품투자신탁 제1호’를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금·원유·구리·아연·커피·소·돼지·옥수수 등 19개의 실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에 투자하고 있다.

HSBC은행의 파워 오일 인덱스 펀드는 골드만삭스의 WTI유가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일정 기간 뒤 유가가 기준 지수보다 높으면 연 12%의 이자율로 조기 상환된다. 3차에 걸쳐 1050억원어치 이상 팔렸다.

‘대한 First Class 커피·설탕 채권 투자신탁’은 자산의 일부만 커피·설탕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 등에 투자해 원금을 보존한다.

금의 경우는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 적립상품’을 이용해 투자할 수 있다. 신한 골드리슈는 적금을 붓듯 통장에 돈을 입금해 은행 계좌에 금을 적립하는 상품이다. 적립한 금은 가격이 오른 뒤 팔아 현금으로 되찾거나 실물로 인출할 수 있다. 그러나 금을 실물로 인출하려면 14.2%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펀드 평가 업체인 제로인의 최상길 상무는 “원유·금 등 상품 가격은 폭등과 폭락이 교차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 영역이다”라며 “상품 가격이 현재 많이 오른 상태여서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구 주간조선 기자(roadrunner@chosun.com)    2006.05.15. 19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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